성인 발달장애인 낮활동 프로그램 ‘푸르메아카데미’에서 권미영 쓰리디앤(3DN) 대표가 진행하는
‘스마트 활동’은 스마트폰, 컴퓨터, 키오스크와 같은 일상 속 스마트 기기 활용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성인발달장애인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더 나아가 주도적으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가는
권미영 대표는 “디지털 교육은 장애인의 ‘능력’을 증명하는 과정이 아닌 ‘기회’를 여는 문”이라고 믿습니다.
안녕하세요. ‘쓰리디앤(3DN)’은 AI, 코딩, 3D프린팅,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저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에게 비슷한 내용을, ‘전달 방식을 다르게 하여’ 강의합니다. 어떤 장애라도 ‘할 수 있다’라는 경험을 갖는 게 중요한 만큼 아주 천천히 짧은 문장으로 반복해서 설명하고, 몸으로 크게 제스처를 하기도 하며, 목소리의 높낮이와 강약을 조절하여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복지관에서 만난 푸르메아카데미 참가자들도 언제나 솔직하고 따뜻한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잘 안될 때가 더 많기 때문에 곁으로 가서 “같이 해봐요”라는 말로 격려하고, 마우스를 같이 움직이며 도움을 줍니다. 중간중간 “오! 맞아요, 잘하셨어요!”라고 감탄하면서 손뼉을 치면, 덩달아 손뼉 치며 뿌듯해합니다. 시작할 때는 “모르겠어요”, “그게 어디 있어요?”, “힘들어요”라며 어려워했던 참가자들이 반복 학습을 통해 마침내 “다 했어요!”라고 말합니다. 그 성취감 속에서 푸르메아카데미 참가자들은 기술보다 더 큰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에서 다루는 주제 중 하나가 ‘개인정보의 중요성’입니다. 성인인 만큼 복지관을 비롯해 가정에서의 반복 학습 덕분에 처음 만난 푸르메아카데미 참가자들도 “개인정보는 알려주면 안 돼요!”라며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표정과 말투를 가만 보면 막연한 두려움과 경계가 섞여 있습니다.
우선 부드럽게 공감하며, “네, 맞아요. 안 돼요. 그런데 오늘 수업에 너무 잘 참여해서 쿠폰을 드리려고 하는데, 전화번호와 주소 알려줄래요?”라고 하는 순간, 경계를 풀고 전화번호를 알려주려고 합니다. 그 순간이 바로 일상 속 ‘개인정보보호’ 교육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런 상황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팀을 나누어 간단한 상황극도 진행합니다. 준비해 간 대본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정한 후,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히도록 돕습니다. 주입식으로 대답을 외우는 대신, 갑자기 생긴 실제 상황에서도 “안 돼요!”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제가 장애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입니다.
최근에는 ‘코스페이스(Cospaces) VR코딩 수업’도 함께 했습니다. 가상현실(VR) 환경에서 직접 3D 공간을 꾸미는 과정을 배우는데, 여러 번의 반복 학습을 통해 이제는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동물을 불러와 움직이고 달리게 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동물원을 만든 참가자도 있었고, 수업에서 한 참가자가 만든 3D펜 작품은 너무 멋져서 다른 수업의 예시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푸르메아카데미 참가자들이 보여준 창의력과 결과물은 언제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곤 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관한 담당 사회복지사의 관심과 의지, 수업을 보조하는 분들이 함께하는 가운데 이제는 참가자들 스스로 컴퓨터를 켜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다룰 수 있습니다. 푸르메아카데미 외에도 여러 곳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저는 장애인도 충분히 디지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이들의 배움을 위해 애써주는 사람들의 관심이 ‘배움의 문을 연다’는 걸 느낍니다. 디지털 교육은 장애인의 ‘능력’을 증명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회’를 여는 문이라고 믿습니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새로운 기술이 빛을 낼 때 세상은 조금 더 평등해집니다. 작은 기술은 누군가의 세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함께 배우는 마음일 겁니다.
처음 수업을 의뢰받았을 때 장애 정도가 모두 다른 참가자들을 보며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중증 장애가 있는 분들도 수업에 집중하고 배우려는 모습을 보면서 제게 주어진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교육에 대한 담당 사회복지사님의 관심과 의지,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보조해 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분명 진행이 어려웠을 겁니다. 푸르메아카데미 당사자분이 디지털 리터러시, AI, 코딩, 3D메이커와 같은 배움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신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업 중에 늘 생각했던 게 있습니다. “눈높이에 맞는 교재가 있다면 장애가 있어도 혼자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을 실제로 확인하기 위해 여러 현장에서 수업을 진행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분들이 직접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디지털 교육 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장애인 실천 현장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에게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기술보다 사람, 그리고 함께 배우는 마음. 그것이 제가 믿는 교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