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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에게 의미 있고
좋은 삶으로 연결하기 위해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모의적용 사업의 실천과 배움

사람중심서비스국 최미영 국장
인터뷰 정리 편집자, 사진 디지털융합팀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2024년 시행계획에 ‘더 두텁고 촘촘한 약자 복지’의 중요한 한 축이 되는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이 있다. 주어진 예산안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계획하여 신청하는 ‘장애인 개인예산제’ 전국적 시범사업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모의적용’ 사업에 참여해 시범사업 모델을 수립해 가는 과정에 함께했다.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모의적용’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TFT
(왼쪽부터)지역옹호협력팀 장영균 팀장, 상담가족지원팀 오경민 사회복지사,
지역생활지원팀 권정옥 팀장, 자기주도지원부 유은일 부서장, 최미영 국장, PCP낮활동지원팀 부선정 팀장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과 주도성을 높이는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은 장애인복지관이 갖는 첫 번째 기능이다. 사람중심계획(PCP-Person Centered Planning)에 바탕을 둔 복지관의 사람중심실천은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이후에도 다 영역 서비스에 걸쳐 당사자에 대한 존중과 권리로 반영된다. ‘보통의 삶’을 향한 이와 같은 방향성과 맞닿아 지난해 11월, 개인별 지원계획이 당사자의 실제 삶으로 실현되게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원 요소가 되는 ‘개인예산제도’를 만났다.

당사자의 삶에 필요한 변화, 그 변화를 위한 지원을 찾아가는 과정

당사자의 삶이 있는 지역사회. 복지관은 오랫동안 그 지역에서 당사자의 삶을 관찰하고 지원해 왔다. 당사자가 필요와 상황에 맞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개인예산제도가 도입됐을 때 그 예산이 사용될 지역사회와 서비스를 누구보다 잘 아는 복지관만의 강점을 살려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모의적용’에 함께하고자 했다.
당사자를 존중하며, 지역사회 속 의미 있는 삶을 지원하기 위해 오랫동안 사람중심실천 기술을 학습하고 적용해 온 자기주도지원부, 지역포괄촉진부 실무자들이 주축이 되어 모의적용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퍼실리테이터로서 당사자 주도의 삶의 계획 수립 과정을 지원할 TFT(Task Force Team)를 구성했다.
이번 모의적용은 당사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선택하여 계획하고, 이를 검토하여 서비스를 승인하는 단계까지 실제 개인예산제 운영 절차를 시행해 보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모의적용인 만큼 복지관은 개인예산 지급 전 단계인 ‘개인별 자기주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운영 절차별 모니터링을 통해 ‘개인예산’이 당사자에게 의미 있고 좋은 삶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역할 하고자 했다. 그에 따라 모의적용에 참여하기를 희망한 성인 지체 및 뇌병변장애인 23명을 만나 각자 삶에 필요한 변화를 찾고, 그 변화를 위한 지원을 찾아가는 과정에 함께했다. 각 당사자가 자기 삶을 직면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찾고, 구체적인 삶의 계획을 세워가는 데 있어 무엇보다 존중을 담은 ‘경청’을 바탕에 두었다. 당사자에게 맞는 의사소통 방식을 찾아 생각을 정리하고 구체화할 수 있게 중재했으며, 선택을 돕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과 한계에 대한 조언을 통해 촉진자로서도 역할 했다.
이로써 TFT는 당사자 한 명당 평균 2.7회의 만남, 그리고 평균 22시간에 걸친 상담과 계획 수립 과정을 통해 사람중심실천에 기반한 완성도 높은 ‘개인별 자기주도 지원계획서’를 완성했다.

시작은 시범이었지만, 그 시작은 계획이 되다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모의적용’ 사업은 당사자가 실제 바라는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개인별 자기주도 지원계획서’라는 성과를 남기고 끝이 났지만, 당사자들의 삶의 계획은 끝나지 않았다. 비록 이번 모의적용 사업에서는 개인예산 지급까지 이뤄지지 않았지만, 복지관은 ‘개인별 자기주도 지원계획’ 수립 과정을 통해 당사자의 삶에 더 깊이 관여하고 개입함으로써 복지관이 가진 자원 및 연계 가능한 지역사회 자원을 발굴하여 계획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막연히 안정된 직장과 가장으로써의 삶을 꿈꾸던 한 당사자는 아내의 고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어 특기를 살린 새로운 삶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또 어떤 당사자는 장애를 갖기 전 수영선수로 활약했던 기억으로부터 ‘수영심판이 되어 사회에 복귀하고 싶다’라는 소망을 발견했다. 복지관은 많은 시간을 쏟아 함께 찾고 세워간 이들의 ‘희망’이 계획서로만 남지 않도록 개인별 맞춤형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중요한 건, 당사자가 자기 삶에 직면하여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스스로 알고, 작은 시도를 할 수 있게 용기를 주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앞으로 맞이할 ‘개인예산제도’가 당사자에게 의미 있고 좋은 삶을 위한 목적이 아니 ‘수단’으로, 그리고 당사자의 주도적인 삶을 이뤄가는 지원 방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아가기를 바란다.


Interview

인생 첫 인터뷰! "그 시작은 인생 계획이 되었습니다"

노재환 씨 복지관을 통해 이번 모의적용 사업에 참여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등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어요. 그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변화는 오랫동안 혼자 고민해 온 진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나처럼 몸이 불편한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고, 그런 일을 했을 때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도 좋았고, 그런 생각에 이르기까지 함께 고민하고 도움을 준 복지관 선생님들을 보면서 ‘사회복지사’라는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둘씩 발견하면서 재밌었고,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을 중심으로 인생 계획을 세워봤어요. 3월부터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학업을 시작했고, 틈틈이 봉사활동처럼 관련된 경험을 쌓고 있어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노력해서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루고, 만족스러운 삶을 이루고 싶어요. 참여 전에는 내가 도움이 될지 걱정했는데, 이 과정을 계기로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갖게 됐어요!

최미희 씨 오래전 장애를 갖게 됐을 때 몸도 마음도 고통이 컸어요.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생각에만 그치기 일쑤였는데, 뭔가 ‘주도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번 모의적용 사업에 참여했어요. 배우고 싶은 게 많은데 선뜻 용기 내지 못하고, 인터넷을 잘 다루지 못해 정보가 없다 보니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그 일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깊이 있게 생각하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복지관과 함께하며 내게 필요한 정보를 얻고, 의견을 나누고, 구체적인 방법과 조언으로 도움을 받으니, 그동안의 어려움이 많이 해소되고 채워졌어요. 계획이 생기니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고, 내 삶 자체가 적극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그리고 내 안에 다른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바리스타 자격증을 공부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고, 그런 기회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생각들이 떠오르면 내가 이렇게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생각한다는 게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