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그래픽과 게임 개발에 큰 열정을 쏟고 있는 웹 개발자인 이정화 씨는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원기관으로 선정된 우리 복지관은 이정화 씨가
제도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상담가족지원팀과의 협업 속에서 청각장애로 인한 여러 현실을 넘어
자신의 꿈을 차근차근 이루어 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 참여자 이정화 씨
저는 말보다 이미지로 표현하는 게 익숙합니다. 그래서 어릴 땐 만화가를 꿈꾸기도 했죠. 시각디자인학과에 진학할 때만 해도 정확한 진로를 정했던 건 아니었어요. 전공을 비롯해 다양한 수업을 듣고, 또 여러 경험을 쌓으면서 조금씩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대학 4학년 때 ‘문자통역’을 통해 수업을 온전히 듣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3D 그래픽’과 ‘게임 개발’ 분야에 흥미가 생기면서 목표가 되었어요.
진로는 정했지만, 배움의 길은 쉽지 않았어요. 장애 친화적이지 않은 교육 환경이 가장 큰 장벽이었죠. 졸업 후에 전문 학원 수강을 시도했다가 청각장애를 이유로 거절당한 적도 있어요. 결국, 대부분의 학습은 유튜브 강의와 부정확한 자막 기능에 의존해 독학으로 해야 했고, 자막조차 제공되지 않는 콘텐츠도 많아 학습 환경이 늘 제한적이었어요.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배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현실을 직접 마주하며 오랫동안 분투해 왔어요.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은 그런 저에게 다시 꿈을 향한 ‘계기’를 만들어 줬어요. ‘내가 필요한 서비스를 내가 계획하고 선택’한다는 것과 이번엔 혼자가 아닐 거라는 기대로 참여를 결심했어요. 여러 제한적인 상황과 혼자만의 분투로 지쳐 오랫동안 미뤄왔던 꿈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졌죠.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이 저의 지원기관으로 선정되었고, 제가 이 제도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상담가족지원팀은 자세한 설명과 안내를 제공했어요. 그리고, 담당 코디네이터인 함승인 사회복지사님과 여러 차례 만나 내가 지향하는 삶과 맞닿은 ‘개인예산계획서’를 수립하기 위한 상담이 진행됐고, 덕분에 나의 강점과 제약을 비롯해 진짜 원하는 삶의 방향과 목표를 명확하게 정리해 갈 수 있었어요. 혼자가 아닌, 상담가족지원팀과의 협업 속에서 ‘나만의 고유한 개인예산계획서’를 완성할 수 있었죠.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나의 꿈과 진로에 존중과 지지를 보여준 상담가족지원팀의 환대 속에서 용기를 얻고 ‘해볼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큰 변화였어요.
이후에도 전화나 음성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강의 신청 절차나, 계획에 맞춰 예산을 사용하고 증빙하는 과정에서도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혼자가 아님을 실감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꿈에 가까워질 수 있었죠.
이정화 씨가 작업한 3D 그래픽과 하마 캐릭터(INMA)
이정화 씨가 ‘나’를 주제로 작업한 3D 캐릭터
이제 다시 창작의 꿈을 꿉니다. 3D 기술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아트토이 형태로 완성하고,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요. 그리고 내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게임을 출시하는 게 목표예요.
그 과정에서 내가 만든 3D 캐릭터와 게임의 세계관이 하나의 작은 우주가 되어 많은 사람이 즐거움을 경험하길 바라요. 더불어, 창작자로서의 제 활동이 우리 사회가 더욱 장애 친화적인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더 욕심을 낸다면, 개인적인 창작을 넘어 저처럼 3D와 게임 개발에 관심이 있는 농난청인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거예요. 그들이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하고, 서로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어요.